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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장례 플래너: 죽음도 데이터로 남는 시대

by 꿀정보탐험가1 2025. 6. 18.

과거 장례는 종교적 의식과 가족의 전통에 따라 진행되는 물리적인 행위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우리의 죽음도 ‘데이터’로 관리되고 설계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남겨진 소셜미디어 계정, 온라인 자산, 생전 영상 기록, AI 추모 서비스까지. 이제는 장례도 기술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직업이 바로 디지털 장례 플래너입니다. 이들은 죽음을 준비하고 관리하는 과정을 디지털 환경에 맞게 설계하고, 고인의 데이터와 온라인 존재까지 포함한 포괄적 장례 계획을 돕습니다. 오늘은 디지털 장례 플래너의 역할과 필요성, 실제 활동 영역, 그리고 미래 전망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디지털 장례 플래너: 죽음도 데이터로 남는 시대
디지털 장례 플래너: 죽음도 데이터로 남는 시대

디지털 시대, 왜 장례도 변해야 하는가?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디지털 흔적을 남깁니다. SNS 포스트, 이메일, 유튜브 영상,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 NFT 자산, 온라인 은행 계좌 등. 한 사람이 사망한 이후에도 이 디지털 자산은 온라인 공간에 남아 있으며, ‘디지털 유산’이라는 개념으로 점점 법적·윤리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유족이 고인의 디지털 흔적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라 곤란함을 겪습니다. SNS 계정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온라인 자산의 접근 권한을 모른 채 잃어버리는 일이 빈번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생전에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남기고 싶어하지만, 그런 수단이 부족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직업이 바로 디지털 장례 플래너입니다. 이들은 고인의 디지털 자산을 정리하고, 생전 계획을 바탕으로 디지털 추모 공간을 설계하며, 나아가 AI 기반 가상 유언이나 영상 유산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전문 역할을 수행합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테크놀로지와 결합해 더 나은 마무리와 기억의 방법을 제시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도 매우 큽니다.

디지털 장례 플래너의 주요 역할과 서비스

디지털 장례 플래너는 전통적인 장례지도사와는 다르게, 온라인 상의 삶을 정리하고 기념하는 데 초점을 둔 전문가입니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생전 디지털 유언 설계
디지털 장례 플래너는 고객이 살아 있을 때부터 자신의 디지털 흔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결정하도록 돕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사후 SNS 계정의 폐쇄 또는 기념 계정 설정

클라우드 사진 및 영상의 정리 및 전달

이메일 및 계좌 정보의 안전한 보관 및 전송 설정

NFT, 암호화폐 등 온라인 자산의 사후 상속 처리

이 모든 것은 고객의 의사를 반영한 ‘디지털 유언장’에 기록되며, 법률 자문과 연계되어 법적 효력을 갖추는 경우도 많습니다.

디지털 추모 공간 설계
사망 이후 고인의 온라인 기억을 기리는 공간도 디지털 장례 플래너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웹사이트, VR 메모리 공간, AI 챗봇 등을 활용해 고인의 삶을 기념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추모 플랫폼을 기획·설계합니다.

고인의 목소리나 영상을 AI로 재현한 AI 메모리봇

유족이 사진, 영상, 메시지를 올리는 온라인 추모관

고인의 SNS를 기념 계정으로 전환해 관리

이러한 방식은 해외에서는 이미 활발히 진행 중이며, 국내에서도 디지털 추모 서비스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가족을 위한 디지털 가이드
디지털 장례 플래너는 남겨진 가족이 고인의 온라인 자산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합니다. 접근 권한 설정, 해킹 방지, 사후 정산, 추모 메시지 공유 등의 과정을 안내하며, 유족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합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법, 저작권법, 상속법 등과 관련된 기본 지식도 전달하며, 법적 분쟁이나 해킹 피해를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디지털 장례 플래너의 미래와 사회적 가치

디지털 장례 플래너는 전통적인 장례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선도 직업입니다. 단순히 온라인 서비스를 기획하는 수준을 넘어, 죽음이라는 인간의 근본적 사건을 디지털 방식으로 존중하고 설계하는 사회적 의식과 기술이 결합된 직업입니다.

고령화 시대와 함께 수요 증가
우리 사회는 점점 고령화되며,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세대가 노년기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SNS 계정, 온라인 사진, 유튜브 영상 등을 단순한 기록이 아닌 자기 삶의 일부로 생각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죽음 이후에도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적극적으로 설계하려는 수요가 많아질 것입니다.

법적·제도적 기반 확대
앞으로 디지털 유산에 대한 법률과 제도가 정비되면, 디지털 장례 플래너의 역할은 더욱 전문적이고 제도적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법률 자문과 협업해 공신력 있는 사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공공기관 및 보험업계와도 연계될 수 있습니다.

윤리와 감성의 조율자
이 직업은 단순히 IT 기술에 능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유족의 감정을 이해하고, 고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추모 공간을 설계하는 정서적 공감 능력과 윤리적 감각이 필요합니다. 기술을 인간의 삶과 죽음에 조화롭게 적용할 줄 아는 전문가야말로 이 분야의 핵심 인재입니다.


디지털 장례 플래너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기술과 인간성으로 연결하려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단순히 계정을 삭제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생애를 디지털 세계에서 존엄하게 마무리해주는 전문가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삶은 끝나도 데이터는 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장례 플래너는 남겨진 삶을 품위 있게 정리하고, 기억을 아름답게 이어주는 이정표가 될 수 있습니다. 장례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자, 디지털 장례 플래너가 있습니다.